중편 (2) 썸네일형 리스트형 맑은 눈 맑은 눈 1. 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던, 좋은 것 같지만 복잡하고 무서운 세상을 떠났습니다.내가 엄마처럼 따르던 아주머니는 그 날 밤 삼겹살을 몇 점 구워 가루약을 감쪽같이 싸서 꼼짝못하고 누워있는 내 입에 넣어주었습니다. 가끔 삽겹살구이를 얻어 먹기 했지만, 오늘처럼 나만을 위해 삽겹살을 구은 건 내가 약을 먹고 빨리 낫기를 바래서였습니다.나는 마지막 순종의 행위로 먹고싶지 않은 것을 꿀꺽 삼켰습니다. 바늘을 뺀 작은 주사기로 넣어주는 물도 다 삼켰습니다.거실에다 나와 나란히 잠자리를 편 아주머니는 내 이마에 입을 맞추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습니다."잘자 맑은눈, 엄마가 낫게 해줄게"아주머니는 내.. 겨울 숲을 나는 새 1. 나는 그를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되었다.아니,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나는 메모 한 장 남기지 않고 집을 나왔다. 날 동아줄로 묶어놓고 고문하던 내 아이들에게도 아무 대책 없이, 나는 그와 맺었던 모든 시간에서 분연히 떨어져 나왔다.이건 어폐(語弊)가 있다. 그를 떠난 건 벌써 팔 년 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의 곁에 있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떠날 수 없었던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아이들과, 이 사회에서 요지부동한 위치로 군림하는 가정이라는 정신적 공간이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굴레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죽어버렸다고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새 내게서 사라져버렸던 나, 서른두 살의 나경남(羅敬男)이 존재해야 한다는 끈질긴..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