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 썸네일형 리스트형 겨울 숲을 나는 새 1. 나는 그를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되었다.아니, 더 이상 참아서는 안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나는 메모 한 장 남기지 않고 집을 나왔다. 날 동아줄로 묶어놓고 고문하던 내 아이들에게도 아무 대책 없이, 나는 그와 맺었던 모든 시간에서 분연히 떨어져 나왔다.이건 어폐(語弊)가 있다. 그를 떠난 건 벌써 팔 년 전,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그의 곁에 있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떠날 수 없었던 것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 아이들과, 이 사회에서 요지부동한 위치로 군림하는 가정이라는 정신적 공간이었다.그렇게 오랫동안 나를 붙들고 놓아주지 않던 굴레에서 내가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죽어버렸다고 의식조차 하지 못하는 새 내게서 사라져버렸던 나, 서른두 살의 나경남(羅敬男)이 존재해야 한다는 끈질긴.. 이전 1 2 3 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