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10) 썸네일형 리스트형 라일락꽃 향기 1. 김은경 은경에게 특별한 날이었지만 남의 눈에 띄는 게 싫기라도 한 듯 평소대로 입던 옷에 운동화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사실은 여윳돈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자취생활의 어쩔 수 없는 궁색함이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천구백팔십이년 삼월 이일, 첫 출근이다. 이 년 동안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얻은 값진 결과였다. 혼자 지낸 칠백여 일의 고단한 일과는 과체중도 아닌 그녀의 체중을 5kg이나 감소시켰다. 그러나 예전보다 정신적으로 한 단계 성숙한 자신감을 느낄 수 있었다. 반드시 해내겠다는 일념으로 무조건 버티며 견딘 시간은 그녀의 심신을 단단하게 다졌다.이 년 내내 미장원이라고는 한 번 안 간 긴 생머리, 은경은 머리를 묶은 후 돌돌 말아 뒷머리에 단정하게 붙였다. 발레리나나 스튜어디스처럼 깔끔해 보였.. 사랑이 떠난 자리 사랑이 떠난 자리 꿈결처럼 한 번 두 번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경희는 잠을 깼다. 전화를 받기 이전에 시계를 보았다. 여덟 시가 좀 지난 시간이지만 늦잠을 자도 되는 일요일로는 이른 시간이었다.“여보세요?”“나, 형이야.” 좀 머뭇거리는 목소리였다.“아, 예. 안녕하세요.” 경희는 좀 더 몸을 일으키며 졸린 눈을 비볐다.“지난번엔 미안했어. 지금 나올 수 있어?” 순간 경희는 얼마전 다녀간 아주버니가 왠일이지? 하던 생각이 확 달아나며 놀라서 정신을 차렸다. 시숙이 아니라 지난주에 만났던 이지훈, 그는 일주일간 소식이 없었다. 아니, 경희는 그를 다시 보고 싶지 않았다.“누구라구요? 저... 만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그가 지훈인 것을 확인하고 가만히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와 더 이상 인연을 맺어.. 선물 선 물 아름다운 신록이 꽃향기를 날리는 봄이다.그는 좀 달라 보였어. 뭐랄까... 네가 한 번 봐 줄래?네 맘에 들어?글쎄... 나한테 잘 해주긴 했어. 신아가 며칠 전 만났다는 준호의 이야기를 하면서 한 번 봐 달라고 하여 혜림은 그들이 만나는 자리에 함께 나갔다.그는 그들을 보자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며 인사를 했다. 아마도 신아 혼자 나올 줄 알았다가 혜림이 함께 나온 것에 당황한 듯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잠자코 커피 잔을 바라보았다.혜림은 인사를 한 후 말없이 앉아있는 그들이 좀 우습기도 하여 이것저것 이야기를 꺼내며 어색함을 지워보았지만 신아도 그도 너무 긴장한 것 같았다.혜림은 그의 세련되지 못한 어색함이나 말이 없음이 지나치게 말을 잘.. 이전 1 2 3 4 다음